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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만에 돌아온 AI 모멘트 K-인공지능 슈퍼스타는…

  • 나건웅, 최창원, 조동현 기자
  • 입력 : 2023.02.10 13:43:33
  • 최종수정 : 2023.02.17 16:20:22
SK텔레콤이 내놓은 성장형 인공지능(AI) 서비스 에이닷. (SK텔레콤 제공)

SK텔레콤이 내놓은 성장형 인공지능(AI) 서비스 에이닷. (SK텔레콤 제공)



2016년 3월,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사건’ 하나가 발생했다. 구글이 개발한 인공지능(AI) ‘알파고’가 인류 최강 바둑 기사로 불리던 이세돌 9단에 완승을 거둔 것. ‘경우의 수가 무한한 바둑에서만큼은 AI가 인간을 이길 수 없을 것’이라던 전문가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알파고 쇼크’와 함께 전 세계적으로 AI 투자 붐이 일었고 그 누구보다 가까이서 패배를 지켜본 한국도 AI 산업 투자에 속도를 냈다.

그로부터 7년이 지난 현재, AI업계는 또 한 번 전환점을 맞이한 모습이다. 미국 오픈AI가 공개한 생성형 AI ‘챗GPT’가 예상을 아득히 뛰어넘는 기술을 선보이면서다. 사람과 대화를 나누듯 자연스러운 언어 구사 능력, 어렵고 전문적인 질문에 대한 대답도 척척 해내는 챗GPT에 전 세계가 열광하고 있다. 알파고 쇼크와 버금가는 ‘챗GPT 신드롬’이 불고 있는 실정이다.

챗GPT 열풍에 한국 AI 산업도 덩달아 뜨거운 관심을 받는 중이다. 국내 AI업계 수준은 어디까지 도달했을까. 알파고 쇼크 이후 7년 동안 달라진 ‘K-인공지능 업계 지도’를 조명해본다.

알파고가 틔운 싹…진화한 K-AI

솔트룩스·마인즈랩…AI 전문 기업 약진

한국 AI 산업은 양과 질, 두 측면에서 모두 진일보했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AI 기업은 2020년 933개 수준에서 지난해 1915개로 갑절 이상 늘었다. 지난해 AI 기업 가운데 약 30%가 새롭게 시장에 뛰어들며 활력을 불어넣었다. 2020년 2만5000여명이던 산업 종사자는 지난해 기준 4만명에 육박한다.

기술력도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2017년 미국 대비 78% 수준이던 AI 기술 수준이 2021년 89.1%까지 다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93.3%)이나 유럽(92.9%)에 비하면 낮지만 일본(86.9%)을 따라잡는 등 기술 격차를 좁혔다.

AI 연구 성과와 투자 규모 역시 크게 개선됐다. 미국 스탠퍼드대 조사에 따르면 2021년 한국 AI 논문·간행물 발행 순위는 세계 9위, 인용 횟수는 8위를 기록했다. 학계뿐 아니라 기업도 힘을 냈다. AI 특허 출원은 3위, 특허 등록은 5위를 차지했다.

2016년 알파고 쇼크 당시 관심을 받던 토종 AI 전문 기업은 지금까지도 꾸준히 경쟁력을 높여오고 있다. 대다수가 상장에 성공, R&D 규모를 크게 키웠다. 2020년 20개 수준에 불과했던 국내 AI 상장 기업 수는 2022년 기준 80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AI 소프트웨어 개발 기업 ‘솔트룩스’가 대표적이다. 솔트룩스는 2016년 2월 국내 최초로 클라우드 기반 AI 플랫폼 ‘아담’을 선보이며 업계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다. 당시 약 80억건에 달하는 보유 데이터를 기반으로, 어설프지만 이미 사람과 대화가 가능한 수준의 AI를 선보였다. 국내에서 AI 관련 특허를 가장 많이 보유한 기업으로도 유명하다.

최근에는 기술 적용 범위가 한층 넓어진 모습이다. 올해 ‘CES 2023’에 참가한 솔트룩스는 가상 인간 제작 스튜디오인 ‘플루닛 스튜디오’ 체험존을 운영하며 업계 관계자 이목을 집중시켰다. 플루닛 스튜디오는 언어 생성은 물론 음성·영상 합성까지 가능한 플랫폼으로, 올해 3월부터는 36개국 언어에 대한 자동 번역과 더빙 기능도 제공할 예정이다.

‘마인즈랩’도 각광받는 AI 소프트웨어 상장사 중 하나다. 지난해 9월 클라우드 기반 AI 서비스 플랫폼 ‘마음에이아이’ 시스템 개발을 완료한 데 이어 개인별 맞춤형 AI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는 도구 ‘마음오케스트라’도 선보였다. 최근에는 챗GPT 기술 바탕이 되는 AI 언어 모델 ‘GPT-3’를 국내 최초로 자사 AI 플랫폼에 연동하는 데 성공했다.

‘셀바스AI’는 2009년 코스닥 상장에 성공한 국내 1호 AI 상장사다. 음성 인식과 음성 합성 분야에서 국내 최고 수준 기술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AI 음성 인식 원천 기술을 기반으로 B2B 사업을 영위한다. 삼성전자, LG유플러스, 삼성생명 등을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503억원, 영업이익 50억원 등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언어 데이터 판매 전문 기업 ‘플리토’는 최근 챗GPT 열풍으로 가장 주목받는 기업 중 하나다. 매출 상당 부분이 자사 플랫폼으로 수집한 언어 데이터 판매에서 발생하는데, 최근 한국어 AI 챗봇 대화 데이터 수요가 폭증하면서 날개를 달았다. K-콘텐츠 인기도 호재다. 플리토는 국내 플랫폼 기업과 번역 계약을 체결, 웹툰·웹소설 번역 등 수출 현지화를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와이더플래닛’은 AI 빅데이터 플랫폼 기술 기반으로는 보기 드문 ‘애드테크(Ad-tech)’ 기업이다. 개개인이 어디에 카드 결제를 하고 어떤 앱을 쓰는지, 이를 통해 어떤 취향을 지녔는지를 빅데이터 분석과 AI 기술로 파악해 기업 광고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비즈니스를 한다. 현재 국내 약 4500만명의 비식별 소비자 행태를 실시간 파악할 수 있는 역량을 갖고 있다. 소비 행태 관련 데이터 보유량은 단연 국내 최대다. 기술이 정교해지면서 자연스럽게 영업이익도 늘어나는 중이다. 노출한 광고가 클릭으로 이어지는 비율이 확연히 늘어나면서 광고비용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광고에 반응할 만한 이용자를 점점 더 정확히 선별해내고 있다는 방증이다. 와이더플래닛은 지난해 상반기 영업이익 기준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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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2B 인공지능 솔루션 사업 활성화

전문화된 ‘버티컬 AI’도 업그레이드

상장사 외에도 수많은 국내 AI 관련 기업과 스타트업이 힘을 내고 있다. B2B 시장을 겨냥한 AI 스타트업도 많다. 주요 기업이 필요로 하는 AI 솔루션을 제공하고,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다.

자연어 인지 검색 스타트업 ‘올거나이즈’가 대표적이다. 2017년 설립된 올거나이즈는 현재 미국, 일본, 한국 2500곳 고객사에 기업용 챗봇 ‘알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급히 기업 내부 자료가 필요한 직원이 ‘질문’하면 알리 서비스가 자료를 검색해 찾아주는 방식이다. 올거나이즈는 지난 2월 6일 업그레이드 버전인 업무용 AI 솔루션 ‘알리(Alli)GPT’도 내놨다. 알리GPT는 오픈AI의 GPT-3.5 모델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현대카드, KB증권, 일본 미스이스미토모은행(SMBC)금융그룹, 노무라증권 등 고객사 면면도 화려하다.

이창수 올거나이즈 대표는 “알리GPT를 통해 기업 내부 문서와 외부 사이트에서 종합적인 정보를 얻어 혁신적인 업무 효율화를 경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20년 설립된 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는 개인화 추천 AI 솔루션인 ‘AI 서제스트 기술’로 주목받는다. 서제스트는 검색을 의미하는 Search와 제안을 뜻하는 Suggest의 합성어다. 포털 검색 시 오타를 내도 원하는 검색 결과를 받아본 경험이 있다면 서제스트 기술 덕분이다.

업스테이지는 노코드(LCNC·코딩 없는 프로그램) 기반 ‘AI 팩’을 개발한 업체다. 업스테이지는 현재 LG유플러스, 아모레퍼시픽, 글로랑, 브랜디 등과 협업하고 있다.

스켈터랩스의 ‘말하는 AI’ 서비스는 GS숍 쇼호스트를 위한 음성 인식 시스템, CGV 방역 구축 등을 통해 기술력을 검증받은 바 있다. 와이더플래닛 역시 자체 마케팅용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을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방식으로 기업에 판매할 예정이다.

원천 기술 격인 ‘AI 소프트웨어’보다는 전문화된 영역에서 특정 서비스 효율을 높이기 위한 ‘버티컬 AI’를 개발하는 곳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AI가 적용되는 산업과 서비스 종류가 다양해지면서다. AI 의료 영상 분석 기업 ‘루닛’이 지난해 상장에 성공했고 사이버 보안 위협을 AI와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해 실시간으로 분석하는 ‘샌즈랩’ 역시 올해 IPO를 준비 중이다.

교육에 AI 기술을 접목하는 ‘에듀테크’ 시장도 커지는 중이다. 모르는 문제를 촬영하면 5초 안에 문제 풀이와 유사한 문제 등을 제공받을 수 있는 ‘콴다’, 토익 학습 앱 ‘산타’로 잘 알려진 AI 학습 솔루션 스타트업 ‘뤼이드’ AI 영어 학습 솔루션 스픽을 운영하는 ‘스픽이지랩스’가 대표적이다.

AI가 투자 종목을 추천하고 자산을 관리하는 ‘로보어드바이저’ 분야도 계속 성장 중이다. 최근에는 주식 시장을 넘어 AI가 암호화폐(코인) 투자를 돕는 서비스도 나왔다. AI 전문 개발사 ‘랩투아이’가 선보인 ‘코싸인’이 주인공. AI가 과거와 유사한 차트 패턴을 감지해 코인별 진입 가격과 목표 수익률을 제시한다. AI가 각 코인마다 상승·하락 유인을 설명해주는 생성형 AI 기반 ‘AI 리포트’도 실시간 제공한다.

올거나이즈 알리GPT와 챗GPT 비교. (올거나이즈 제공)

올거나이즈 알리GPT와 챗GPT 비교. (올거나이즈 제공)





시작된 ‘글로벌 AI 패권 전쟁’

네·카, 통신 3사는 ‘초거대 AI’ 박차

국내 대기업이 자체 연구 중인 AI 성과도 눈부시다. 국내에서 AI 기술 개발에 가장 앞서 있다고 평가받는 기업은 양대 포털사, 네이버와 카카오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창립 초기부터 자사 서비스와 AI를 연계할 방안을 고민해왔다. 네이버는 2012년 말부터 ‘딥러닝(AI 스스로 데이터 학습·분석)’을 연구하기 시작해 2013년 딥러닝을 활용한 음성 인식 서비스를 내놨다. 이후 사진 분류, 지식in 서비스에도 딥러닝을 확대 적용했다. 카카오도 비슷한 시기 검색 서비스, 여행지 추천 서비스 등에 인공지능 학습 기술을 적용했다.

사실 여기까지는 서비스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AI 연구·개발(R&D)에 가까웠다. ‘AI 패권 전쟁’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서는 혁신적인 AI 기술이 필요했다. 최근 네이버와 카카오가 ‘초거대 AI’ 개발에 뛰어든 이유다. 초거대 AI는 대용량 데이터를 학습, 인간처럼 추론과 판단할 수 있는 차세대 AI를 말한다. 최근 전 세계를 놀라게 한 ‘챗GPT’도 초거대 AI의 일종이다.

특히 네이버는 글로벌 시장으로 범위를 넓혀도 초거대 AI 선두 그룹에 속한다. 네이버가 초거대 AI 언어 모델 ‘하이퍼클로바’를 선보인 때는 2021년 5월. 챗GPT 개발사 오픈AI가 이전 모델인 ‘GPT-3’를 선보인 지 1년도 안 된 시점이다. 매개변수는 2050억개로 GPT-3(1750억개)보다 많다. 초거대 AI 언어 모델은 매개변수가 많을수록 결과가 정교하고 실수가 줄어든다. 인간 두뇌로 치면 신경회로 같은 역할을 한다. 하이퍼클로바는 GPT-3 대비 6500배 이상 많은 한국어 데이터를 학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를 ‘멀티모달’ 형태로 개선해 경쟁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기존 초거대 AI가 자연어 등 문자 중심 학습에 그쳤다면 멀티모달은 문자는 물론 소리, 이미지, 영상까지 학습하고 상호 변환할 수 있는 기술이다. 업계 관계자는 “오픈AI는 올해 매개변수 1조개의 GPT-4를 출시할 계획”이라면서 “네이버가 아직 오픈AI를 따라잡을 수준까지 올라선 건 아니지만, 글로벌 전체로 봐도 선두 그룹이라는 건 분명하다. 특히 모국어인 한국어에서 강점을 갖는다”고 말했다.

카카오도 연구 조직 ‘카카오브레인’에 힘을 실어주며 초거대 AI 생태계 확장을 꾀하고 있다. 다만 네이버 AI 연구개발 방식과는 조금 다른 형태를 취한다. 직접 초거대 AI를 개발하기보다는 글로벌 시장에 공개돼 있는 기존 언어 모델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카카오브레인은 최근 GPT-3를 기반으로 만든 한국어 특화 AI ‘KoGPT’를 공개했다. KoGPT의 매개변수는 300억개. 한국어를 바탕으로 다양한 언어 과제를 처리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국내 이동통신업계도 초거대 AI 시장에 뛰어들었다. 사물인터넷과 AI 스피커 사업을 펼치는 만큼, 더 이상 AI 분야에서 뒤처질 수 없다는 판단이다.

SK텔레콤은 카카오와 비슷하다. GPT-3 기반의 한국어 특화 모델을 개발했다. 2022년 5월에는 이를 활용한 AI 비서 서비스 ‘에이닷(A.)’을 공개하기도 했다. 최근 SKT는 에이닷에 ‘장기기억’ 기술을 적용했다. 이용자가 에이닷과 오래전 대화했던 내용 중 중요한 정보를 별도 메모리에 저장한 뒤 대화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LG유플러스는 초거대 AI ‘엑사원’ 활용법을 고심하고 있다. 엑사원은 LG AI 연구원이 2021년 12월 공개한 초거대 AI다. 회사 측에 따르면 엑사원 매개변수는 3000억개. 동시에 멀티모달 능력도 갖췄다. 텍스트를 읽고 이미지로 만들거나, 이미지를 보고 텍스트를 만드는 양방향 작업도 능숙하다는 게 LG그룹 측 설명이다.

KT는 초거대 AI ‘믿음’에 기대를 걸고 있다. 배순민 KT융합기술원 AI2XL 연구소장은 지난해 11월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KT는 이미 믿음을 통해 사업 혁신을 이루고 있다. 기가지니는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며, KT 100 고객센터는 상담 내용을 요약해 상담사 업무 효율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KT는 올해 상반기 중 믿음을 기반으로 한 대화형 서비스도 내놓을 방침이다.

K-인공지능, 앞으로 과제는

단기 집중 투자 부작용 줄여야

한국 AI 산업이 진일보한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빠르게 성장한 만큼 문제점도 터져 나온다. 단기간 집중 투자로 성과를 내기는 했지만 부작용도 많다는 지적이다.

대기업 위주로 한정돼 있는 연구 성과가 대표적이다. AI는 보유한 빅데이터가 많으면 많을수록 모델이 정교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빅데이터를 사들일 수 있는 자본이 풍부한 기업이 최고의 AI 기술을 보유하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에서도 네이버·카카오처럼 수백억원 넘는 집중 투자가 가능한 기업만이 눈길을 끄는 AI 선도 기술을 발표할 수 있다. AI업계 고질병인 ‘인력난’도 같은 맥락이다. 돈이 없다 보니 AI 연구 인력 해외 유출이 심각한 상황이다. 최근 대학들이 앞다퉈 AI 관련 학과를 만들고 AI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있지만 국내에서 AI 핵심 기술을 개발하고 기술의 효율적 구동이 가능한 인력은 소수에 불과하다.

결국 중요한 것은 장기적인 투자다. 전문가들은 ‘알파고’나 ‘챗GPT’ 같은 이벤트가 터질 때만 ‘반짝’하는 집중 투자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고 입을 모은다. 신사임 한국전자기술연구원 인공지능센터장은 “미국의 AI2, 오픈AI처럼 ‘한국형 AI’ 하면 떠오르는 전문 연구기관이 없다”며 “한국형 AI 연구가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연구 인프라가 확충되고 핵심 연구 인력들이 협력할 수 있도록 정부와 기업의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싱가포르에서 운영 중인 ‘100 익스페리먼츠(100 experiments)’ 제도는 한국이 벤치마킹할 만한 모범 사례로 꼽힌다. 싱가포르 정부가 지원하는 AI 확산 사업이다. 연구기관으로 선정된 싱가포르 소재 대학이나 연구소에 과제당 최대 25만싱가포르달러(약 2억3000만원)의 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다만 단순 AI 연구가 아닌 사업화 가능성이 있는 연구를 엄선한다. 김형철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장은 “100 익스페리먼츠 사업 같은 AI 활용 기술 투자를 통해 전문가들은 AI 현안 문제를 해결하면서 실력을 키우고, 중소기업은 AI 현안 문제 해결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인터뷰 | 장병탁 서울대AI연구원장

‘챗GPT’ 따라하기보다 오리지널 연구 집중해야


장병탁 서울대AI연구원장은 국내 머신러닝 분야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30년 넘게 머신러닝을 연구한 장 원장은 글로벌 AI 분야에서 가장 권위 있는 학회인 ‘NeurIPS’에서 한국 최초로 워크숍을 열기도 했다. 그가 초대 원장을 맡은 서울대AI연구원은 서울대 안팎에서 이뤄지는 AI 연구를 종합 지원하기 위해 꾸려진 조직이다. AI 분야를 포함해 62개 학과 300여명의 교수들을 주축으로 연구진 약 2000명이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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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한국 AI 산업 현주소를 평가한다면.

A. 기술력으로만 따지면 글로벌 최고 수준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다만, 산업 크기 측면에서는 미국, 중국 등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투자나 인력 규모 면에서 비교가 안 된다.

Q. 국내 AI업계 발전에 가장 큰 걸림돌은 무엇일까.

A. 투자 문화다. 글로벌 기술 기업이 탄생할 수 있도록 스타트업을 키우고 투자 규모를 늘려야 한다. 챗GPT를 만든 오픈AI는 스타트업 형태로 출발했고 여기서 개발한 혁신적이고 실험적인 기술을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대기업이 알아보고 육성해서 산업화하는 데 성공한 사례다. 우리가 배울 점이 많다. AI는 공학적 기술이어서 투자하면 그만큼 결과가 나온다. 대규모 데이터와 많은 인력을 투입하면 결과는 계속 개선된다. 정부와 기관 차원에서 AI 중요성을 인식하고 투자 규모를 늘릴 필요가 있다.

Q. 국내 AI업계가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A. 단기적인 성과에만 집착하지 말고 큰 안목과 방향성을 갖고 중요한 문제를 푸는 연구개발 문화의 정착이 필요하다. 알파고나 챗GPT는 도전적이지만 중요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풀어보려는 기술적인 신념을 가진 사람들이 만들어낸 성과다. ‘제2의 알파고’나 ‘한국형 챗GPT’ 같은 수사에 연연하지 말아야 한다. 남들이 하는 연구와 사업을 빨리 흉내 내기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기술을 꾸준히 발굴하고 지원하고 투자해야 한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96호 (2023.02.15~2023.02.2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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