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곤 서울대 교수 "MS 떠나 서울대로…세계적 AI 개발하겠다"
“끝없이 새로운 분야를 연구하고 싶습니다. 또 한국에 있을 때 좋은 성과를 내면 더욱 좋지 않겠습니까?”

지난 6일 미국 컴퓨터학회(ACM) 운영체제 분과학회의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린 전병곤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사진·48)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ACM은 1947년 설립된 세계 최초의 컴퓨터학회다. ACM의 운영체제 분과학회에서 한국인이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 교수는 2010년 인텔 재직 당시 구글 안드로이드, 애플 iOS와 같은 모바일 운영체제(OS)에서 모바일 앱이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을 일으킨다는 점을 최초로 분석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스마트폰 보급 초창기에 발표된 이 연구는 이후 스마트폰의 보안성을 크게 강화한 ‘이정표’로 평가받고 있다.

전 교수는 “처음에는 앱 내 광고들에 대한 호기심으로 출발했지만 연구를 계속하다 보니 생각보다 개인정보가 무분별하게 유출된다는 점을 발견했다”며 “시스템 연구자로서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상을 받게 돼 매우 기쁘다”고 했다.

전 교수는 최근 인공지능(AI) 분야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전 교수 연구팀이 발표한 ‘님블’이라는 AI 시스템이 기존 시스템보다 무려 22배 이상 높은 성능을 보였기 때문이다. AI 활용을 위해서는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통한 대규모 병렬연산이 필요한데, 이 과정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효율성을 끌어올렸다. 님블은 다음달 AI 분야의 최고 학회로 평가받는 ‘신경정보처리시스템학회’에서 공식 발표될 예정이다.

전 교수는 AI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된 배경으로 마이크로소프트(MS)에서 재직한 경험을 꼽았다. 2012년 MS의 수석연구원으로 활동하던 당시 MS, 구글, 애플을 포함한 글로벌 기업들이 AI에 무한한 투자를 하는 것을 직접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계 굴지의 정보기술(IT)기업인 MS를 박차고 서울대로 오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한국에서 후학을 양성해 달라”는 서울대 교수들의 간곡한 요청에 그는 2013년 서울대 교수로 부임했다. AI 연구를 위한 인프라와 인력이 갖춰져 있지 않아 제대로 된 성과를 내는 데만 4~5년이 걸렸다고 한다.

전 교수는 “MS가 AI 기술개발에 전폭적인 지원을 하는 것을 보고 한국도 뒤처지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며 “서울대 부임 이후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조금씩 성과를 쌓아 나갔다”고 했다.

구글, MS, 테슬라 등 글로벌 기업들이 연구하는 AI 기술보다 더욱 뛰어난 기술을 서울대에서 개발하겠다는 게 전 교수의 목표다. 1000개 이상의 GPU가 동시에 데이터를 학습하고 처리할 수 있는 모델을 개발하는 것이 전 교수 연구팀의 1차 목표다. 전 교수는 “님블과 같은 기술로 AI 플랫폼 시장을 한국이 주도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