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나 경영에 AI를 접목한다면? 서울대 교수가 제안한 AI 활용방안 들어보니..

과학 분야 넘어 인문·사회까지 적용
모든 학문에 적용되는 혁신연구로 진화
아이디어 단계 넘어 기술적 협력 중요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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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자가 빅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인공지능(AI) 의사결정시스템을 구축한다면?”

“다양한 집단들의 의견을 수집해 합의 가능한 지점을 찾아주는 AI가 있다면?”

9일 서울대 AI연구원은 AI융합연구 활성화를 위해 학과와 전공 상관 없이 40여명의 교수에게 AI를 활용하는 방안을 물었고, 희망하는 연구 방향에 대한 의견을 자유롭게 들었다. 특히 교통, 의료, 통계뿐 아니라 AI 적용이 어려울 것으로 여겨졌던 인문·사회과학 분야에서도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앞으로 정치, 경영, 행정 등에 AI를 접목하는 시도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대부분 '아이디어' 단계 제안이지만, AI융합연구에 대한 관심이 공학이나 과학 분야에만 제한되지 않고, AI가 사실상 '모든 학문'에 적용되는 혁신 연구로 진화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유병준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경영자가 빅데이터 AI분석을 기반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시스템을 제안했다. AI 기법을 이용한 경영의사 결정 시스템을 구축하되, 경영분석에서 영향 요소, 의사결정과 관계를 규명할 수 있는 '설명가능한(Explainable)' AI 방법론 연구 방식을 제안했다.

유 교수는 경영정보학 관점에서 AI기법을 이용한 경영빅데이터를 활용하면서 그 예측이 효율적인지 공정한지 등도 연구 고찰해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엄석진 행정대학원 교수는 'AI 분석에 기반한 민주적 정부'라는 아이디어를 내놨다.

사회문제에 대해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표출되는 집단 간 의견을 수집해 합의 가능한 지점을 찾아주는 AI에 대한 연구다. 여론조사, 온라인 청원 등의 갈등과 이견 해소를 위한 기존의 노력을 넘어 다양한 의견 간 차별성과 유사성을 분석하고, 거기서 상호 동의 가능한 부분을 포착해 집단 간 토론과 의견 공유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엄 교수는 사회는 다원화되고 신기술이 발달함에도 불구하고 행정 발달 속도는 더디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해관계 대립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나 갈등이 증가되는데 여전히 위원회, 청와대 국민청원 등의 불완전한 방법에 의존한다”며 AI 기반의 정부 디지털 혁신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치에 AI를 접목해 분석하는 사례는 이미 있다. 미국에는 이미 각종 연방·주정부, 의원의 법안데이터에 AI를 접목해 법안 통과 여부 등을 제시해주는 스타트업 '피스컬노트'가 있다. 우리 국회에서도 지난해부터 AI비서관 서비스로 지능형 입법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국회도서관은 의회 정보 분석 시스템 아르고스를 활용, 국회의원 입법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국회도서관은 의회 정보 분석 시스템 아르고스를 활용, 국회의원 입법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엄 교수는 전자정부와 정보화정책을 연구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서울대 AI연구원 지원으로 '지능정보시대의 공공이슈의 생성, 진화 그리고 확산, AI를 활용한 분석 및 예측모델 개발'을 주제로 집담회를 진행했다. 실제 데이터를 활용하는 사회과학 분야 연구자들의 참여로 관심을 모았다. 현실 적용에는 아직 많은 연구가 필요하지만, AI 접목 필요성이 높은 분야 중 하나라는 평가다.

안우영 심리학과 교수는 인간행동을 예측하는 AI 기술의 연구 가능성을 제시했다.

인간의 인지적, 신경학적 역동적 변화양상을 추적하고 앞으로 의사결정을 높은 정확도로 예측할 수 있는 모델을 개발하는 것이다. 또 뇌영상, 행동, 임상데이터 등을 통합적으로 이용해 개인화를 예측하는 기계학습 모델을 개발하는 아이디어도 내놨다.

이외에도 AI를 이용해 가짜뉴스를 자동으로 걸러내는 시스템, AI교사, AI공무원, AI통계학자 등 학문간 경계를 뛰어넘는 융합연구 주제가 제안됐다.

장병탁 서울대 AI연구원장은 “생각보다 훨씬 더 다양한 전공에서 참신한 아이디어를 제안해주셔서 놀랐다”면서 “모든 학문 분야에서 AI를 접목하는 분이 보다 늘어나야 하고, 기술적 부분은 나같은 원천기술 전공자들이 도와드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